Chemistry Punnett Square
- Jun Young Hong

- 11월 26일
- 2분 분량

연세대에 와서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로서 일을 해온지도 햇수로 5년을 채워가고 있다. 최근 누군가가 이러한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는 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실 그 동안의 박사과정, 포스닥의 트레이닝의 과정은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랩을 운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랩의 운영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그 외의 랩 운영에 필요한 많은 것들은 사전 준비 없이 매일매일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된다. 내 자신의 강점과 약점, 리더십의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된다.
예전부터 여러 랩의 다양한 종류의 리더들을 보면서, 보스와의 케미스트리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보스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성공하기도 또 실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나누어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장 단순하게 두 부류의 리더로 나누어 본다면, 작은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지시하는 Micromanager와 큰 그림만 그려주고 디테일을 지시하지 않는 Hands-off manager가 있는 것 같다. 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주 단순하게 나누어 본다면, 주어진 task를 완벽하고 빠르게 수행해내는 Executioner와, 독립적으로 스스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Originator로 나누어 볼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단순하게 나누어도 4개의 가능한 조합이 나오게 되는데, 이에 따라 좋은 조합이 있고 또 잘 맞지 않는 조합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잘 맞지 않는 조합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Micromanager와 Originator를 만나게 되면, 디테일한 지시로 인해 Originator가 자율성을 침해받는다고 느낄 순간이 많고, 잦은 간섭으로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시키는 것을 그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고 느낄수도 있어, 상호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Hands-off manager와 Executioner도 별로 좋지 못한 조합이다. 디테일한 내용에 대한 지시가 없고 방향만 제시되었을 경우, Executioner는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확신이 없어 생산적으로 일을 하기 어렵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세부적인것들을 계속 지시해줘야 할때 수동적이라고 생각하며 부정적 평가를 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반대의 리더를 만나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Executioner가 Micromanager를 만날때 세부적인 디테일이 주어졌기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할수 있고, Micromanager도 자신의 지시를 완벽히 수행해내는 Executioner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것이다.
또한, Originator가 Hands-off manager를 만나면, 리더가 제시한 큰 방향안에서 자신이 독립적으로 동기부여하면서 일하기에 행복하게 일할수 있고, 리더 입장에서도 스스로 알아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좋게 평가하게 될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Micromanager보다는 Hands-off manager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성향도 그렇고, 워낙 독립적인 것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누군가의 간섭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 남들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바로 나의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때문에 Executioner 계열의 사람들은 열의가 있어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진 기본 성향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따라서 멘토링의 방식을 바꾸어 디테일한 내용을 채워줘야 함을 느끼게 된다. 특별히 갓 시작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 raw data와 실험 방법의 스텝 하나까지 짚어가면서 디테일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멘토 뿐만아니라 사실 멘티의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저 내 성향과 맞지 않는 리더를 만난것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보는 노력을 해볼수 있다. 생각해보면, 비슷한 시기에 포스닥을 했던 여러 사람들중 현재 가장 잘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앞서 예를 들었던 좋지 않는 조합의 멘토를 만났던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향은 Originator인데 Micromanager를 만나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결국은 자신과 반대방향에 있는 리더십의 스타일을 흡수해낸 친구도 있고, 반대로, 큰 그림만 그려주는 리더 밑에서 오히려 큰 개념들을 잘 배워서 디테일과 큰 그림 모두에 강한 리더로 커가는 친구도 있다.
이렇듯 자신과 리더의 성향을 잘 알고, 최선의 조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만약 최선의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오히려 견디고 변화하면서 자신과 다른 스타일을 흡수한다면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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