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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Jun Young Hong

학부 때 생화학 수업이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펩타이드의 시퀀스만 갖고서 단백질의 3차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이러한 일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몇 주전, 뉴스가 나왔다.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폴드가 사람을 비롯한 몇몇 종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전부 예측하고 이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구조 예측대회에서 알파폴드가 우승했다는 뉴스가 작년에 나왔고, 그 사이에 두번째 버전이 만들어지고, 이제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다 예측하는 수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모델링일 뿐이고 실험적으로 구조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이를 폄하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어쩌면 알파폴드등을 비록한 Deep leaning과 AI가 기존의 연구자의 영역까지 침범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런 평가를 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 만큼 이는 혁명적인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AI가 단지 단백질 구조에만 머물러 있을 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과 단백질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단백질과 small molecule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예측을 통한 chemical의 design. 특정 chemical이 상호작용 할 수 있는 potential interaction protein에 대한 가상 스크리닝 등, 새로운 연구분야들이 탄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제약회사들에서는 이미 이런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AI와 Computational tool은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연구에 있어서 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신기술이었던 q-PCR등이 이제는 학부 연구생이 가장 먼저 배우는 실험이 되었고, 이제는 RNA-seq도 일상적이 되어 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희소성이 존재하는 Computational tool 역시 머지 않아서 더욱 보편적으로 사용되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연구에 있어서, computational tool을 다룰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연구 역량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의 발전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마도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 또 이러한 Tool을 만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법론도 정형화되고 saturation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런 현실속에서 실험과학이 설자리는 없는 것일까?


오히려 역설적으로 실험 과학은 AI시대에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AI의 예측 방법론을 이용하면, 가설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Metadata를 얻게 되었을 때, 이를 AI와 Computational 방법으로 분석을 하게 되면, 더 명확한 기전에 대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실험과학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여전히 AI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AI는 이미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AI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펩타이드의 시퀀스를 통한 단백질의 3차구조 예측보다 훨씬 더 복잡한 차원과 변수를 갖고 있는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가설과 독특하게 설계된 실험, 그리고 이를 통해 얻게 되어지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통해, 실험 과학이 계속 끌고 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 과학의 중요성이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조심스러운 생각이다.


어쨌든, 변화될 환경을 미리 바라보며 방법론을 배우면서 New Normal을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 같다.


작성자 사진Jun Young Hong

최종 수정일: 2021년 6월 24일


드디어 기다리던 슈퍼밴드2가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에는 수많은 실용음악과가 있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사람들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밴드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이 이야기는 많은 영역에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면에서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다른 나라들의 선례들을 학습하고 이들의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상대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또 가장 모범적인 모델을 예로 삼아 이들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그 노력의 결과 여러 분야에 걸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최고 선두에 서게 된 분야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최선두에 서게 되면 더 이상 모방과 학습을 통해 쫓아갈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분야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 때 필요한 전략의 핵심은 혁신 혹은 창의성이라고 일컬어 지는 것 들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듯이 이런 전략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은 out-of-box 사고를 요구하는데, 기존 패러다임의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inside the box에서 최고의 인싸가 될 것을 요구 한다.


우리 분야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많은 선배 교수님들께서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최고의 연구 기관들을 쫓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셨고, 그 성과가 나타난 것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왠만한 대학의 연구 수준이 미국의 주요 주립대와 비견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대가들이 나올 수 있으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이미 선배 연구자들께서 이런 것을 알고 장기적으로 연구를 평가하려는 제도를 만들고, 또 창의적이고 새로운 컨셉을 통한 연구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연구를 관리하는 행정의 측면은 여전히 지나치게 관료적이며 보수적인 부분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개개의 랩의 수준에서 보았을 때도 이 두 가지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개개의 랩의 수준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는 몇몇 랩들 외에는 대다수가 여러가지면에서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있고, fast follower 전략을 어느정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전략 out-of-box 사고를 장려하고 이를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결국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트렌디한 것을 좋아하고 트렌디한 쪽에 돈도 모이고 사람도 모여있지만, 정작 역설적으로 사람을 뽑거나 오디션을 할 때는 '독특함'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분야를 막론하고-트렌드를 무시하지는 않고 그 근방에는 머물러 있지만 - 자신 만의 독창성과 독특한 정체성을 가져야 진정한 경쟁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작성자 사진Jun Young Hong

최종 수정일: 2021년 6월 24일


과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과학은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좋은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얼마만큼 좋은 과학적 질문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면 무엇이 좋은 과학적 질문인가.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한 가지 대답은 우리가 흔히 쓰게 되는 연구계획서의 두 가지 항목에 있다. 곧 중요성 (Significance)와 혁신성 (Innovation)이다. 생명과학에서이야기 할 때 '중요성'은 얼마만큼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며 파급효과가 있는 지로 평가가 된다. 예를 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질병의 경우 이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할 경우 매우 중요한 연구로 평가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인 중요성을 가진 연구이다. '혁신성'은 얼마나 기존의 과학적 관념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지로 평가가 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연구는 매우 혁신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좋은 과학적 질문은, 얼마만큼 당면한 문제들과의 적절성(relevance)를 갖고 있느냐, 또한 얼마만큼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느냐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이에 대한 답을 얻는 측면이다. 생명과학과 같은 실험이 이끌어가는 과학은, 실험의 디자인 또 기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험은 가능한한 잘 통제된 그리고 논리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이어야 한다. 데이터를 얻었는 데,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이것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 좋은 실험이 아닐 것이다. 또 기술의 발전에 민감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단일 세포 수준의 연구가 가능해졌고, 전체 유전체와 단백질의 발현의 양상을 단번에 비교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자의 편견이 들어가지 않은 (unbiased) 접근으로 생각하지 못한 분자의 역할이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생명과학의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런 부분이 모두 반영이 되어있다. C형 간염 연구나 기생충 치료제와 같은 중요성이 높은 연구를 해온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고, autophagy, hypoxia, cancer immunology와 같은 새로운 필드를 만들어 낸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고, CRISPR, Cryo-EM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사람, 곧 좋은 연구자가 좋은 연구를 한다. 좋은 연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논리적이며 엄밀한 실험을 계획하며, 최신의 기술을 갖고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는 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토양이다. 좋은 연구자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토양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좋은 연구자가 자랄 수 없게 만드는 독소들 (toxic environment)이라도 제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 대가들의 인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좋은 과학적 멘토들이 있었다. 이런 멘토들은 이들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알아봐주었고, 이런 멘토의 격려와 지지로 결국은 견뎌야하는 시간을 버틴 끝에 새로운 과학의 장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이제는 선수에서 코치로, 또 코치에서 감독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다. 무엇이 좋은 연구자를 만드는 가? 그런 토양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는 가? 제해버려야 할 독소들, 잘못된 관행들, 문화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또한 이제는 선수로서의 성공의 기쁨보다도 코치로서 감독으로서 누리는 기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연구자들.. 이런 사람들을 배출 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진 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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