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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 Jun Young HongJun Young Hong

최종 수정일: 2021년 9월 18일

과학자에게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확히 일치함을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된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이 진짜 외부 세계에서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음을 보고 놀라워한다.

거대한 충격이자 아주 큰 기쁨인 것이다.

-레오 카다노프-


실험을 흔히 타율에 비유하기도 한다. 평균 타율이 0.25-0.3 정도라고 하는 데 10번 나오면 2-3번 정도 출루하게 되는 것이다. 실험에 있어서 10번 실험해서 2-3번 가설과 맞는 실험결과가 나온다면 사실 뛰어난 연구자에 들어간다고도 할 수 있다. 새롭고 모험적인 연구일수록 성공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 10번 실험해서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를 1번 정도 얻게되면 감사한 일인 경우도 많다. 주로 가장 큰 개념적 실험의 성공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가장 낮지만, 이 단계에서 성공한다고 해서, 그 다음 세부적인 실험에서도 계속해서 홈런을 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도라의 상자’ 가 호기심에 의해서 열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호기심’은 사람이 갖고 있는 근본적 욕구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질문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아직 편견이 없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이를 더 보여주는 데, 아이들에게 간단한 실험을 보여주면 대부분이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지적 호기심 만으로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리는 연구를 끌고 가기는 대단히 어렵다.

가설과 맞지 않는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를 더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실험하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과정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실패의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은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여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실패가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이때는 잠시 브레이크를 갖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것이다. 잠시 전환의 시간을 지나고 문제에 돌아오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보이기도 한다. 사실 많은 중요한 과학적 발견들이 가설과 맞지 않는 결과로부터 시작된 경우도 정말 많았다. 전환의 시간 이후, 편견 없이 문제를 바라볼 때, 다른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고 기존 지식위에 세워지지 않은 이런 새로운 관점을 통해 엄청난 발견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이런 때는 작은 성취를 경험하는 것도 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실패가 반복되면 자신의 연구 역량에 대해 의심이 찾아오기도 하며, 연구가 안되는 것보다도 자괴감 때문에 더 힘들기도 하다. 이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성취들을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청소를 한다든지 목욕재계하고 기본 실험을 한다든지 하는 종류의 일들 일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버텨야 한다. 우리 사회는 여타의 나라에 비해서 더욱 ‘빠른 성취’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는 문화를 갖고 있어 이것이 더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대학원생, 포스닥들이 주변의 동년배를 보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는 것에는 이런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버텨야 하는 이유는 성취를 맛보기 위해서이다. ‘카오스’라는 책의 레오 카다노프 물리학자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과학자에게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과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확히 일치함을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다.”

결국 인고의 시간을 보상해주는 것은 바로 이 경험이다. 학위와 논문이라고 하는 성과보다도 결국 자신의 가설이 맞았다는 경험, 자신의 연구로 생명현상의 원리를 규명할 수 있었다는 그 경험이 가장 큰 보상이다. 일단 한 번 이 경험을 하게 되면, 두 번째부터는 더 견딜 힘이 생긴다.

연구의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연구가 성공하게 되었을 때 그 성과는 개인을 넘어서 많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랜 실패와 외면 끝에 mRNA 백신을 개발한 연구자들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서 문자 그대로 전세계를 구하게 되었다. 너무 빠른 성공, 빠른 성취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풍토가 실패의 과정과 오랜 인고의 시간을 요하는 기초과학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아주 조금은 사회적으로도 변하게 된 것을 본다. R&D의 가치를 인정하고, 단기간의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등, 기초과학의 성격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런 정책속에서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도 바뀌어 연구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 연구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되는 날이 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작성자 사진: Jun Young HongJun Young Hong

학부 때 생화학 수업이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펩타이드의 시퀀스만 갖고서 단백질의 3차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이러한 일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몇 주전, 뉴스가 나왔다. 구글에서 개발한 알파폴드가 사람을 비롯한 몇몇 종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전부 예측하고 이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구조 예측대회에서 알파폴드가 우승했다는 뉴스가 작년에 나왔고, 그 사이에 두번째 버전이 만들어지고, 이제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다 예측하는 수준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모델링일 뿐이고 실험적으로 구조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이를 폄하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어쩌면 알파폴드등을 비록한 Deep leaning과 AI가 기존의 연구자의 영역까지 침범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런 평가를 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 만큼 이는 혁명적인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AI가 단지 단백질 구조에만 머물러 있을 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과 단백질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단백질과 small molecule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예측을 통한 chemical의 design. 특정 chemical이 상호작용 할 수 있는 potential interaction protein에 대한 가상 스크리닝 등, 새로운 연구분야들이 탄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제약회사들에서는 이미 이런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AI와 Computational tool은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연구에 있어서 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신기술이었던 q-PCR등이 이제는 학부 연구생이 가장 먼저 배우는 실험이 되었고, 이제는 RNA-seq도 일상적이 되어 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희소성이 존재하는 Computational tool 역시 머지 않아서 더욱 보편적으로 사용되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연구에 있어서, computational tool을 다룰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연구 역량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의 발전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마도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 또 이러한 Tool을 만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법론도 정형화되고 saturation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런 현실속에서 실험과학이 설자리는 없는 것일까?


오히려 역설적으로 실험 과학은 AI시대에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AI의 예측 방법론을 이용하면, 가설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또한 Metadata를 얻게 되었을 때, 이를 AI와 Computational 방법으로 분석을 하게 되면, 더 명확한 기전에 대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실험과학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여전히 AI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AI는 이미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AI는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펩타이드의 시퀀스를 통한 단백질의 3차구조 예측보다 훨씬 더 복잡한 차원과 변수를 갖고 있는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가설과 독특하게 설계된 실험, 그리고 이를 통해 얻게 되어지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통해, 실험 과학이 계속 끌고 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 과학의 중요성이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조심스러운 생각이다.


어쨌든, 변화될 환경을 미리 바라보며 방법론을 배우면서 New Normal을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 같다.


작성자 사진: Jun Young HongJun Young Hong

최종 수정일: 2021년 6월 24일


드디어 기다리던 슈퍼밴드2가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에는 수많은 실용음악과가 있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사람들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밴드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이 이야기는 많은 영역에 적용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면에서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다른 나라들의 선례들을 학습하고 이들의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배우면서 상대적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또 가장 모범적인 모델을 예로 삼아 이들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그 노력의 결과 여러 분야에 걸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최고 선두에 서게 된 분야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최선두에 서게 되면 더 이상 모방과 학습을 통해 쫓아갈 수 있는 대상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분야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 때 필요한 전략의 핵심은 혁신 혹은 창의성이라고 일컬어 지는 것 들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듯이 이런 전략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은 out-of-box 사고를 요구하는데, 기존 패러다임의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inside the box에서 최고의 인싸가 될 것을 요구 한다.


우리 분야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많은 선배 교수님들께서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최고의 연구 기관들을 쫓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셨고, 그 성과가 나타난 것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왠만한 대학의 연구 수준이 미국의 주요 주립대와 비견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대가들이 나올 수 있으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이미 선배 연구자들께서 이런 것을 알고 장기적으로 연구를 평가하려는 제도를 만들고, 또 창의적이고 새로운 컨셉을 통한 연구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연구를 관리하는 행정의 측면은 여전히 지나치게 관료적이며 보수적인 부분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개개의 랩의 수준에서 보았을 때도 이 두 가지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개개의 랩의 수준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는 몇몇 랩들 외에는 대다수가 여러가지면에서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있고, fast follower 전략을 어느정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전략 out-of-box 사고를 장려하고 이를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결국은 창의적이고 독특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트렌디한 것을 좋아하고 트렌디한 쪽에 돈도 모이고 사람도 모여있지만, 정작 역설적으로 사람을 뽑거나 오디션을 할 때는 '독특함'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분야를 막론하고-트렌드를 무시하지는 않고 그 근방에는 머물러 있지만 - 자신 만의 독창성과 독특한 정체성을 가져야 진정한 경쟁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면역생리 발달프로그래밍 연구실

Department of Systems Biology

Yonsei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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