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과학은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좋은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얼마만큼 좋은 과학적 질문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면 무엇이 좋은 과학적 질문인가.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한 가지 대답은 우리가 흔히 쓰게 되는 연구계획서의 두 가지 항목에 있다. 곧 중요성 (Significance)와 혁신성 (Innovation)이다. 생명과학에서이야기 할 때 '중요성'은 얼마만큼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며 파급효과가 있는 지로 평가가 된다. 예를 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질병의 경우 이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할 경우 매우 중요한 연구로 평가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인 중요성을 가진 연구이다. '혁신성'은 얼마나 기존의 과학적 관념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지로 평가가 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연구는 매우 혁신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이를 종합해보면, 좋은 과학적 질문은, 얼마만큼 당면한 문제들과의 적절성(relevance)를 갖고 있느냐, 또한 얼마만큼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느냐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이에 대한 답을 얻는 측면이다. 생명과학과 같은 실험이 이끌어가는 과학은, 실험의 디자인 또 기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험은 가능한한 잘 통제된 그리고 논리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이어야 한다. 데이터를 얻었는 데, 변수가 너무 많아서 이것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 좋은 실험이 아닐 것이다. 또 기술의 발전에 민감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단일 세포 수준의 연구가 가능해졌고, 전체 유전체와 단백질의 발현의 양상을 단번에 비교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자의 편견이 들어가지 않은 (unbiased) 접근으로 생각하지 못한 분자의 역할이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생명과학의 노벨상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런 부분이 모두 반영이 되어있다. C형 간염 연구나 기생충 치료제와 같은 중요성이 높은 연구를 해온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고, autophagy, hypoxia, cancer immunology와 같은 새로운 필드를 만들어 낸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고, CRISPR, Cryo-EM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사람, 곧 좋은 연구자가 좋은 연구를 한다. 좋은 연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 논리적이며 엄밀한 실험을 계획하며, 최신의 기술을 갖고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는 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토양이다. 좋은 연구자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토양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좋은 연구자가 자랄 수 없게 만드는 독소들 (toxic environment)이라도 제하여야 할 것이다. 여러 대가들의 인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좋은 과학적 멘토들이 있었다. 이런 멘토들은 이들의 창의성과 가능성을 알아봐주었고, 이런 멘토의 격려와 지지로 결국은 견뎌야하는 시간을 버틴 끝에 새로운 과학의 장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이제는 선수에서 코치로, 또 코치에서 감독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다. 무엇이 좋은 연구자를 만드는 가? 그런 토양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는 가? 제해버려야 할 독소들, 잘못된 관행들, 문화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또한 이제는 선수로서의 성공의 기쁨보다도 코치로서 감독으로서 누리는 기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좋은 연구자들.. 이런 사람들을 배출 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가진 랩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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