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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Jun Young Hong

물고기 잡는 법

최종 수정일: 2022년 5월 9일


세계적으로 교육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민족은 유대인들이다. 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어떤 호수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려 할 때, 낚싯대를 이용한 방법도 있고, 그물을 이용한 것도 있고, 전기를 이용한 방법도 있듯이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의 방식만이 있었을 때는 그 방법만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했을 지 모르지만,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때는 무엇이 더 좋은 방식인 줄 알고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좋은 선생일 것이다. 그리고 더 뛰어난 선생은, 그 다음 단계, 즉 '물고기를 잡는 더 좋은 새로운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하게 하고, 혁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연구에 있어서 혁신성은 적어도 두 가지 차원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방법론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통찰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방법론이 나오면 누구도 찾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들이 발견될 확률이 커진다. 예를 들어, 지금도 연구자체가 어려운 single cell 수준의 proteomics라든지, extracellular matrix에 대한 연구는 누군가가 방법론을 먼저 만들면, 새로운 것을 찾게 될 것이고 그 파이를 먼저 가져 갈 것이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중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연결점을 발견하고 가설을 만들어 내는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데이터가 그저 무작위적으로 보인다. 요즘은 이 부분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Single cell dataset을 비롯하여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Public 데이터들이 뱅크에 저장되고 있다. 이는 모두에게 공개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보의 독점을 통해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찰이 더 중요해진다. 통찰에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타 분과에 대한 이해와 융합적 사고가 중요한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풍부하게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데이터 자체를 다루는 툴에 대한 이해도 정말 중요하다. 계산생물학자들이 고민끝에 만들고 있는 다양한 툴들이 뜻하지 않은 통찰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론의 자체의 혁신도 보게 된다. 대개의 경우 방법론이 중요하든 통찰이 중요하든 어느 정도의 가설을 갖고 시작하기 마련이나, 요즘은 가설 없이 스크리닝 실험을 한다. 예를 들면, CRIPSR등을 이용해서 전체 genome상의 random mutation을 만들고 selection을 통해서 간과되어 왔던 유전자의 기능을 찾는 방식이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을 시작해서, 뭔가 찾아진 것을 바탕으로 가설을 다시 세우고, 이를 검증해가는 방식인데, 이 역시도 강력한 방식이다.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아주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연구 경쟁을 느끼게 된다. 몇 달 전 생각했던 연구의 아이디어가 다른 그룹에서 발표되는 것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새롭고 또 새로운 발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때, 무엇으로 경쟁을 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아진다. 더 이상 물고기 하나 하나를 잡는 전통적 방법으로는 경쟁하기 힘든 것 같다. 원 스텝이 아니라 투 스텝 나간 연구를 위해서는 가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험들에 더 투자하고, 더 모험적인 시도들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신생 랩인 우리 랩의 입장에서는 엄두가 안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길이 맞기에,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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