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서)
얼마전 2023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이 발표되었다. mRNA 백신에 적용된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카리코와 와이스먼 교수에게 생리의학상이 돌아갔다.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들의 기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구해졌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노벨의학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노벨 위원회에서도 아주 예외적으로, 과학적 업적이 발표된지 얼마 안되는 시간에 상을 수여하게 된것이다.
특별히 카리코 교수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과 감동,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카리코는 십수년전 mRNA의 면역조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유행을 쫓아가는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 학계에서도 비주류였고, 연구비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어, 수십년간 비정규직으로 직을 옮겨다니며 연구를 해야 했다. 그러나 본인의 연구의 성공 가능성을 믿었고 끝까지 RNA를 이용한 백신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알아봐준 와이스먼 교수와의 조력과 협업을 통해 드디어 연구의 성과를 논문으로 게재하게 된다.
어떻게 그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외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 까? 그가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들의 논문이 최초에 게재되었던 Immunity 저널에서 노벨상 수상이전에 인터뷰했던 내용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074761321005021). 카리코 교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카리코는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다.
“Finding explanations for unexpected results motivates me. Many times, the feeling that certain information is probably known, that I “just” have to find it, makes me read for hours, going through publication after publication looking for that missing information. I also follow the development of many different fields and am interested in advancements in multiple areas of science.”
그녀를 움직였던 것은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였던 것을 본다. 뭔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되었을 때,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데, 카리코는 끈질기게 이 부분에 매달리며 답을 얻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헌을 찾아 다녔던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카리코는 다양한 과학의 분야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 했다. 그녀의 연구 자체가 RNA라고 하는 분자생물학과 백신이라고 하는 면역학의 융합이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동기가 그를 움직이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이 분의 스토리와 짧은 인터뷰의 내용을 보며 이 분의 탁월함의 원천으로 보여지는 세 개의 키워드를 건져 올려보았다. ‘믿음'과 ‘끝까지'과 ‘융합'이다.
첫 번째, 이분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도 원리를 안다면 ‘반드시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게 된다. 연구를 하면서, 설명이 되지 않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와 같은 것들을 종종 접하곤 한다. 이것을 풀기 위해 뛰어들어 각 요소를 나누어보고 가능한 이유들에 생각해보는 것이 옳은 자세이겠지만, 때로 과학에도 stocastic 혹은 random의 요소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카리코 교수의 태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해가능할 것이라는 신념’이다. 사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뛰어들어 생각할 이유도 없고, 열심히 문헌을 찾을 동기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믿음이 기저에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답이 없어보이는 ‘왜'라고 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이해가능하다는 신념은 과학자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태도임을 보게 된다.
두 번째, 답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찾는 태도, 그래서, 지식의 ‘끝까지' 가는 능력이다. 이는 카리코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본인의 마음속에 있던 전제, 즉, 어딘가에 답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답을 얻을때까지 끝까지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카리코 교수가 이야기한 어떤 현상에 대해서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단순한 대답을 얻는 과정이 아니었을 것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즉, 설명되지 않는 실험결과를 두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식의 최전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고, 또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즉, 지식의 끝까지 가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짧은 대답에서 이러한 태도를 보게 된다.
마지막은 융합이다. 한분야의 지식의 끝에서 종종 돌파구를 제공하는 것은 타분야의 지식이다. 대개 공통적인 근본 원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작동하기 마련이고, 이를 제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돌파구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게 발전해온 두 분야의 지식들을 동시에 놓고 서로 적용해보면, 스파크가 튄다. 수 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아주 새로운 것들이 나올 수 있다. mRNA 백신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인터뷰 속에서도 묻어나오는 '정도'의 길을 가는 학자의 태도가 있었기에 그의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그 끝은 창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붙잡고, 비록 더딜지라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보고 싶다. 방향이 맞다면 결국 언젠가는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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